사회성과연계채권(SIB) 원칙과 이에 따른 참여구조 Q&A

사회성과보상사업(SIB 사업)에 관심을 갖는 정부 및 민간기관 관계자들이 각자 참여 가능한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예를 들면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투자자나 운영기관을 하려고 한다거나, 수행기관이 운영기관을 하려고 하는 등 각자 나름대로의 제안을 한다. 이러한 구상이 원칙에 의거하지 않고 그저 희망하는 역할을 이야기하게 되면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가 되어버린다. 즉, SIB 참여자의 역할 범위에 대한 혼란이 있는데 이는 SIB 사업이 지켜야할 원칙을 고려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여기서는 SIB 사업 설계 시 고려해야할 원칙을 먼저 제시하고, 이에 근거하여 SIB 참여기관의 역할 범위를 설명하고자 한다.


SIB 사업구조 설계 시 고려해야할 원칙들

SIB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될 수 있지만, SIB의 사업구조를 설계할 때 그 장점과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원칙들이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다.
 

<원칙1> 공공사업 위험의 이전 또는 감소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SIB 사업을 도입함으로써 납세자인 국민이 지고가야 할 사업실패의 위험을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자에게 이전시키게 된다. 이과 같이 함으로써 국민의 세금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정부는 더 많은 공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성과보상자일 경우이며, 공익사업에 예산을 쓰는 민간 재단도 정부와 같이 SIB 성과보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칙2> 민간의 독립성 및 평가 객관성 보장

정부가 사업실패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이유는 민간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만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기로 한 계약 덕분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을 간섭하거나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되며, 민간 참여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평가기관의 경우에도 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사업결과의 올바른 측정과 투명한 예산집행을 보장할 수 있다. 만약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 성과목표 달성에 실패했는데 그 책임을 민간이 지게 한다면 SIB는 방법만 다른 관치의 수단이 되어버릴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사업 실패 시 그 책임을 정부에 묻게 될 수도 있으며, 결국 SIB라는 방법론은 정착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원칙3> SIB 계약자의 존재

SIB는 광의적 개념으로는 하나의 방법론 또는 체계이나, 구체적인 협의의 개념은 운영기관이 투자자와 체결하는 투자계약(증권)을 말한다. 따라서 SIB 계약이 없다면 SIB 사업이라 부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운영기관, 투자자와 같은 투자계약의 주체들이 존재해야 한다. 덧붙여, SIB 계약자는 공공의 정책 리스크를 제거하고 사업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SIB 사업 참여구조 Q&A

1.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투자자가 될 수 있나?

<원칙1>에 위배되어 권장하지 않는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SIB 투자자가 될 경우 결국 사업의 리스크는 납세자가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이 성공했을 때 세금으로 투자한 공공기관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모양은 매우 이상하다. 성공하면 세금(성과보상금)을 투자한 공공기관에 옮겨 놓는 것이고, 실패하면 손실은 납세자인 국민이 지는 것이다.

만약 공공기관 투자자가 성과보상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도 문제가 된다. 성과보상 없는 SIB의 사례는 성과보상을 토대로 유입될 수 있는 더 광범위한 잠재적 투자자의 동기를 약화시킬 뿐이며, 성과보상을 전제하지 않고 정부가 SIB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SIB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과보상이 없다면 민간이 투자자일 경우 민간이 자체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하면 되고, 공공이 투자자일 경우 그냥 일반 예산사업으로 하면 되는 것을 굳이 SIB라는 이름으로 포장만 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2.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운영기관이 될 수 있나?

<원칙2>에 위배되어 권장하지 않는다. 운영기관의 역할 중 하나는 수행기관의 사업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SIB 사업을 운영한다면 사업에 직접 간섭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업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정부가 사업실패의 책임도 같이 져야할 것이다.

또한 운영기관은 투자자를 모집하고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투자자를 모집하는 행위는 준조세와 다름없는 행위가 된다. 반드시 피해야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공공기관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기관도 운영기관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면 법령에 의해 설립된 기관의 경우, 법에 의해 정부가 해당 기관의 업무를 직접 지도·감독하도록 되어 있어 운영 독립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운영기관 참여가 바람직하지 않다.





3. 정부 또는 공공기관은 수행기관이 될 수 있나?

<원칙2>에 위배되어 권장하지 않는다. 사업수행의 독립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고, 운영기관은 수행기관의 역할을 하는 성과보상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사업에 민간이 위험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와 같이 하고 싶으면 SIB 방식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예산사업으로 하면 된다. 정부가 성과 달성에 자신이 있어 직접 수행하고자 한다면 굳이 민간의 돈을 끌어와 투자자에게 성과보상을 해줄 이유도 없다.

물론, 정부나 공공기관은 민간 수행기관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기관으로서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1~3번 Q&A는 SIB 사업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정부기관, 준정부기관, 공기업, 기타 공공기관 등에 해당되는 내용임)



4. 운영기관이 동시에 수행기관이 될 수 있는가?

<원칙2>에 위배되어 권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운영기관이 수행기관 역할까지 하게 되면 수행기관을 관리할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정부는 운영기관과의 계약에 의거하여 사업 수행에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로 운영과 수행은 그 성격과 요구되는 역량이 다르고, 그 업무의 강도도 높을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를 한 기관이 모두 맡아 하는 것은 사업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운영기관은 사업을 설계하고 투자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체, 수행기관은 특정 사회문제 해결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주체로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다른 참여기관 또는 유관한 곳에서 평가기관을 해도 되는가?

<원칙2>에 위배되어 권장하지 않는다. 평가기관은 다른 참여기관과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독립된 평가기관 없이 정부나 공공기관, 투자자 등이 성과측정을 한다면 도출된 결과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별도의 측정자가 필요 없고, 결과 조작이 어려운 국가통계를 지표로 사용하는 SIB 사업의 경우는 평가기관이 없는 것도 생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에서 독립된 평가기관을 선정하여 객관적인 측정과 성과의 검증을 담보하는 것이 정책의 공신력과 신뢰 확보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6. 운영기관이 동시에 투자자가 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가능하나 문제가 있다. 일단 투자자가 된다는 것은 사업결과에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운영기관이 투자에 참여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가능해 보일 수 있다.

일단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과 같이 자금투자/중개를 본업으로 삼는 기관의 경우는 운영기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업의 성공 자체가 자신의 본업인 투자중개업무 매출이나 투자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우 성과기준이나 운영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과 같이 영리성이 강한 곳도 투자와 운영을 함께 하기 어려운데, 대기업이 자신이 투자한 뒤 운영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인센티브까지 받아갈 경우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SIB의 개념과의 상충이다. 운영기관이 책임성 제고를 위해 사업비의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게 된다면 SIB 개념의 미충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SIB는 구체적으로 투자자가 운영기관으로부터 전달받는 투자계약을 말한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운영기관을 ‘SIB 발행기관(SIBIO)’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운영기관이 곧 투자자라면 해당 사업에 SIB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셈이 된다. 즉, SIB가 없는 SIB 사업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다른 사업이 되는 것이다. 결국 <원칙3>에 위배가 된다.


7. 투자자가 동시에 수행기관이 될 수 있는가?

가능해 보이나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는 사업결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이다. 수행기관이 누가 되든 정부가 목표로 한 공공의 성과만 달성한다면 사회적으로는 유익한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가 직접 수행을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업 리스크의 귀속에 대해서만 고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투자자가 수행기관 역할까지 한다면 운영기관은 투자자와 투자계약 체결 후 그 돈을 수행기관인 투자자에게 다시 전달해야 한다. 사실상 SIB 계약자의 존재는 형식에 불과하게 되어 <원칙3>을 올바로 충족시키기 어려워진다. 결국 투자자는 자신의 돈으로 자기 사업을 하고 성과가 나면 정부로부터 원금과 이자까지 받게 된다. 투자자는 투자금을 자신이 쓰고 정부는 이에 이자까지 붙여 사후 보조해주는 사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SIB의 운영과 관리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투자자가 수행기관을 추천만 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겠지만, 투자자가 직접 수행기관의 역할까지 한다면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운영기관이 올바로 사업수행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해외 전문자료에서도 SIB의 조건 중 하나로 ‘외부 투자자의 존재’를 언급하기도 한다. SIB 계약자 중 운영기관이 아닌 다른 주체는 외부 투자자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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