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 수준에 맞는 사회를 만든다

 

우리는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 공인 등의 비리나 범죄를 보고 들을 때마다 신랄한 비난을 한다. 마치 그들은 외계에서 온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처럼 여긴다. 그와 같이 행하는 비난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실상 우리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우리 한국인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한국인 중 일부가 정치인이 되고, 한국인 중 일부가 기업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외계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특성을 그대로 지닌 전형일 뿐이다. 평범한 국민을 자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와 얼마나 다를까?

같은 동네에서 자기보다 조금 더 가난한 임대아파트 주민을 차별하여 담을 쌓아 지나지 못하게 하고, 아이들에게도 어울리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 / 집값이 떨어진다고 사회배려대상자가 입주 못하도록 차량으로 출입구를 막고 이사를 방해하는 주민들 / 자신들이 서비스를 받는 택배차량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걸어서 배달하라고 요구하는 아파트 주민들 /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명백한 피해를 줌에도 (글러 먹은) 자기 자식 기죽는다고 방치하고 도리어 큰소리치는 부모들 / 작은 차나 싼 차를 보면 우습게 여기고 양보하지 않는 운전자들 / 성실히 노력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행위, 표절, 대리출석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학교 밖에서는 기성세대의 비리를 비판하는 학생들 등등.

일부의 사례로 전체를 비난해서는 안 되지만, 이와 같은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 모습의 단면이고, 한 마디로 우리 양심의 수준을 반영하는 표본인 것이다. 쥐꼬리만한 권력만 생겨도 ‘갑질’하는 근거 없는 권위의식과 오만함, 자기밖에 모르는 옹졸한 이기심, 작은 단위로 쪼개지는 편협한 집단주의, 양심보다 재물을 쫓고 이를 인생의 목표로 삼는 천박한 배금주의, 이 모든 것에 대해 반성하지 못하는 자기합리화 등 모두 일상에서 쉽게 목도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우리는 일상 자체가 서로를 고달프게 하는 치킨게임 사회에 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생률, 최저 수준의 행복지수를 가진 나라를 만들어내었다.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고, 대한민국도 우리 수준을 온전히 반영하는 정치인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집단과 치환하여도 의미가 통한다. 이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천민 민주주의와 물질적 성공에만 집착하는 천민 자본주의가 결합되어 몸은 비대해졌지만 정신은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듯하다. 사회는 그 구성원들의 평균적 수준이 반영된 집단이다. 우리가 수준 낮은 사회지도층을 가지게 된 이유는 우리 자신의 수준이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낮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치게 자조하였는지 모르지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린 이들이 잘못하였을 때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우리 자신도 마치 성인군자인 것처럼 유체이탈하여 남 얘기하듯이 연기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그 자리에 서게 되면 그보다 더한 행동을 하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현재 위치에서 우리보다 못한 사람에게 갑질을 하면서 권리라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라. 일부의 문제에 불과하다 생각할지라도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면 큰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비판도 필요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자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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