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대한민국을 위한 자성


마비된 한국인

독립국가이자 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 원인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전란과 가난 속에서 고달픈 삶과 역사를 이어오다가 근래 들어서야 조금 잘 살게 되었다. (이마저도 같은 민족인 북한을 고려하면 반쪽의 성취에 불과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에 가입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성공한 국가로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성공을 가른 기준은 단 한 가지, GDP로 표현되는 경제적인 성공이며, 우리 역사상 유래 없는 부의 축적에 고무된 국민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사는 것을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문제는 삶에 대한 관점이 개인적 안위와 이해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출세하고 돈 버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목표로 삼게 되면서 천박한 사리사욕이 한국인의 정서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삶은 행복하지 못하지만, 사욕과 배금주의에 마비된 한국인의 정신은 타인에 대한 고민 없는 자기 이익의 성취에 몰두한 채 무엇이 문제인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위의 사기범죄 국가, 세계 2위의 횡령범죄 국가라고 한다. 유형별 순위 어디에도 한국인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일본은 단 한 곳에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국민의 보편적 도덕수준이 특정한 범죄나 사회문제의 사례로 곪아 노출되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물질만능과 출세지향의 사고, 남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자기만 잘살면 되는 오염된 세계관을 구축해온 결과로서 남을 등쳐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불의가 팽배한 적나라한 우리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잡아먹기 위해 안달이 나 있는 사회는 결국 서로에게 지속적인 고통만 안겨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되어 죽지 못해 삶을 유지하게 된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이 사회가 주는 지독한 고통의 수준이 극단적인 사례로 노정된 것뿐이다.


위험한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SF소설에 언급하여 유명해진,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이 지켜야할 3대 원칙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제1의 원칙이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주거나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로봇에게 주입하는 인류와 사회의 유지를 위한 최고의 원칙인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 지금 대한민국을 보자. 우리 학교와 부모의 가르침은 개인의 출세와 물질적 성공을 지고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철저하게 성공을 위한 기능적 인간, 상품화된 인간만을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이 윤리 없는 지식의 축적, 안정과 부를 추구하는 직업 취득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출세만 하면 능력 있고 성공한 삶이라는 천민 자본주의의 교활한 속삭임에 따라 ‘자신만을 보호하고, 타인을 해치는 인간’을 양산해낸다. 여기서 ‘타인을 해치는 인간’을 다시 표현하면 ‘들키지만 않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도 되는 인간’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간을 해쳐도 되는 기능적 인간, 즉 위험한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과 삶의 기준이 소설 속에 나오는 로봇을 위한 원칙보다 못하고, 이러한 문화 속에서 배출된 사람들이 사회구조와 제도를 만드니 지금 대한민국이 지옥에 비유되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기계보다 못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사회는 그야말로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귀신들의 소굴과도 같으니 말이다.


7가지 사회적 죄악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1925년 신문에 기고하고, 암살 당하기 전 손자에게 글로 남긴 7가지 사회적 죄악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양심 없는 쾌락, (4) 인격 없는 지식, (5) 윤리 없는 상업, (6) 인간성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종교.

간디가 미래의 대한민국을 예언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인들은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암묵적으로 추구하고, 이러한 악덕을 이용해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7가지 악덕에도 국가별 순위를 매겼다면 대한민국이 대부분 수위권에 들어갔을 것이다.


찰나의 영광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영혼 없이 살아가고자 한다면, 역사상 그 어떤 부유한 국가도 내부의 타락과 부패에는 견디지 못하고 멸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의 경제적 성공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반만년 역사를 노래하지만 재물로써 풍요롭게 된 시기는 근래의 20년 정도이다. 1996년 OECD 가입 시기부터 2016년 현재까지 20년, IMF 구제금융 관리를 벗어난 2001년부터 따지면 겨우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의존하고 위안을 얻는 세계사적인 물질적 성공은 수천 년 역사 중 겨우 이 정도의 기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 이기주의, 부정부패, 갈등과 분열 등이 상존하는 이상 잠깐의 물질적 영광마저 어느 순간 붕괴되고 사라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한국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과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전한 영속을 위한 처방은 돈 버는 요령이 아닌 도덕적인 계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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