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군복무 중 국방일보에 게재한 기고문.
당시 하고 싶었던 이야기.

– 원본 : 국방일보 2003년 7월 4일자 5면
– 온라인링크 :
http://kookbang.dema.mil.kr/kookbangWeb/view.do?ntt_writ_date=20030704&parent_no=3&bbs_id=BBSMSTR_000000000127


 

젊은 날의 선택 `군대’

(2003.07.04)

내가 처음 군대에 간다고 말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한국인으로서 조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군입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와 해외 영주권과 학업을 포기하고 그들이 보기에는 고생스럽기만 한 군대를 가겠다고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로 양분되는 것이었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긍정과 수긍보다 의문을 나타내는 부정적 반응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장교로 임관한 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군대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어렵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 군입대를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수 있다.

젊은날의 행복한 시간, 육체의 안락, 학교 또는 직장,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등, 이 모든 것이 군에 입대함으로써 멀어지는 것들이라면 또한 군대가 존재함으로써 이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군인이 되어 자신과 가족의 행복한 삶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토록 소중한 자신의 삶을 위해 대의적 명분을 지닌 군입대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타인의 의무이행은 당연하지만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구체적인 의무이행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이기주의의 우회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사유물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면서 우리가 주인이자 삶의 터전인 조국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은 국방의 성격이 공공재인 것을 떠나 적극적인 애국심을 발휘 못 하는 회피적인 태도를 노출하는 것일 뿐이다.

누구나 고유한 이름과 삶, 그리고 각자 지니고 있는 부와 명예가 있을지라도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차이가 있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바다 건너 이국땅을 밟으면 우리는 저마다 잘나고 똑똑한 아무개가 아닌 `코리아에서 온 한 사람의 코리안’이 된다.

보편적 경험에 의해 개인의 특성보다 조국의 이름이나 타국과의 국력차에 기인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더 큰 것을 알게 된다면, 든든한 국방력의 기반 위에 세워진 안정된 국력이 바로 우리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이름과 명예가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이름과 명예인 것이다.

순간의 역경은 이내 과거가 되고 미래의 한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조국을 위해 일한 후 누구에게나 평생 떳떳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드는 과정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경험이다. 능력과 경험은 일천하지만 나는 이 제한을 넘어 더욱 당당하게 조국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인 애국심을 발휘하고 싶었고 이러한 의지 속에서 군입대를 선택한 것은 후회할 수 없는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고 있다. 선택의 순간으로 시간을 돌려놓더라도 동일한 결정을 할 것이며 국방이라는 거대한 당위성으로 인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군인으로서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비록 짧지만 성공적인 군생활을 통해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귀한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가치있고 자랑스러운 일인가를 나의 결정에 반대한 사람들과 군입대를 기피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만날 수 있는 모든 이에게 알리고 싶다.

이 소망의 성취는 개인적 자존심을 초월한 우리 국군의 자존심과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기도 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대한민국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위한 나의 과제는 매일의 자성과 노력 여하에 그 성취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며, 후회할 수 없는 군대, 자랑스러운 군대는 우리를 위해 더욱 강하고, 살기 좋은 국가 건설의 뿌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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