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17

중국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도입 준비 – 국제행사 후기


<선전시의 아침. 호텔 앞에서 촬영하였다.>

 
필자는 12월 2일 ~ 3일 중국 임팩트투자기관의 초청을 받아 선전(深圳, 심천)시 출장을 다녀왔다. 중국에서도 임팩트투자에 관심이 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중국 선전시는 홍콩 북부에 바로 접해있는 도시로서, 1980년 덩샤오핑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후 급속히 대도시화한 지역이다. 홍콩과 마카오의 반환을 염두에 두고 중국 본토 중 가까운 곳에 전략적으로 개발한 도시로서 현재 인구 천만 명이 넘는 마천루 도시로 발전하였다.

 

<중국의 신흥 대도시답게 곳곳에 마천루들이 즐비하다.>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 계획도시로서 잘 개발된 인프라, 도시인구의 평균 연령이 30대로서 매우 젊다는 사실 등이 해외의 혁신적인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 없는 지역으로 발전시켰다. 실제로 중국 관계자들 말에 따르면 선전시는 중국 내에서 가장 젊고 혁신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사회적금융, 임팩트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팬임팩트코리아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을 매개로 중국 선전시의 임팩트투자 단체와 교류를 하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이번에 선전시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에 초청을 받아 가게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는 행사라면 워낙 많아 흥미로운 소식으로 안 들렸겠지만 중국에서 하는 임팩트투자 행사는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중국이 자원만 집중한다면 제조업의 성장과 같이 언젠가 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행사장의 메인 현판. 잘 보면 팬임팩트코리아(Pan-Impact Korea)도 숨어 있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Global Social Finance Forum(국제 사회적금융포럼) / 2017 Social Impact Investing Summit(2017 사회적 임팩트투자 정상회의)」이며, 초청자만 참석하는 폐쇄형 행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팬임팩트코리아가 협력기관(Supporting Organization)으로 초청을 받았으며, 그 밖에 UN 산하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칼버트재단, 아쇼카 등 잘 알려진 기관들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하였다.

 

<주최측의 환영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팬임팩트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성과보상사업 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도 국장이 SIB 세션의 토론자로 참여함으로써 한국의 SIB 사례와 지방정부협의회의 활동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다양한 국가의 관계자들을 만나는 동안 우리나라 SIB에 관하여 전달받은 반응은 아시아 최초로 SIB를 추진한 것에 대한 칭찬과 기획자로서 어떻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중국 관계자는 SIB를 처음 제안할 때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데 팬임팩트코리아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하였다. 일본은 서울시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SIB를 도입한 국가인데 겸손하게 말하기를 “자신들은 단지 한국의 사례를 쫒아가는 것일 뿐”이라는 말을 하였다. 대신 일본은 준비 중인 SIB 사업들이 한국보다 훨씬 많다는 말을 덧붙이며 마무리하였다. 싱가포르 관계자는 SIB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하였다. 질문의 내용이 마치 한국은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들리지만 한국에서도 여전히 부딪히는 문제들인 것은 사실이다.

 

<SIB 세션. 중국 측 관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중국 선전시에서는 여러 단체들이 협력하여 SIB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독신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제로 사업을 개발 중에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전시 주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년들을 위해 그들의 문제에 집중해서 첫 사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연구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데 기획, 제도, 행정, 예산 등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 개시되는 시점은 아직 확정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행사를 통해 느낀 점은 ‘중국의 놀라운 발전’과 같은 진부한 감탄과도 조금 연관이 있다. 사회적금융/임팩트투자라는 주제가 아시아 지역을 관통하여 중국도 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예상보다 빠른 전개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 더 나은 삶을 위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국은 발전된 도시 중심이긴 하지만 이제 이 분야에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정신적·물질적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의미가 있다. 가장 젊은 대도시인 선전시가 SIB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에 더더욱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도 어서 이 혁신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

 

<하늘에서 본 홍콩으로 마무리. 선전시의 경쟁력 중 하나는 홍콩과 본토를 연결하는 계획도시라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