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12

당신이 알지 못하는 투자의 비밀 (하)

 

“당신이 알지 못하는 투자의 비밀 (상)” 링크


공개된 전략의 실험

투자의 구루들은 온갖 비법들을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고 자신을 알린다. 그러나 세상에 공개된 비법들 중 실제로 안정적 수익을 가져다주는 진짜의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예전에 직접 ‘공개된 전략’의 수익실현 가능성에 대해 실험을 해본 적이 있다. 즉, 백테스팅*이 가능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해외에서 발간된 매매전략, 포럼에서 전문가가 공개한 전략, 시중 도서에서 비법으로 언급하는 전략들을 약 2년에 걸쳐 1,000개 이상 모아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다.

* 백테스팅(backtesting):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매매전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하는 것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단 한 개의 전략도 살아남지 못했다. 물론 슬리피지**와 수수료·세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여러 전략들이 수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현실의 상황을 반영하여 이들 수치를 입력하면 몇 개의 전략만이 남는데 이마저도 테스팅 기간을 변경하거나 조금 더 긴 장기로 변경하게 되면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 슬리피지(slippage): 주문 체결 시 차트에 보이는 가격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되는 비용. 주문순서에 특별한 우선순위가 있지 않은 한 최소 1~2틱의 슬리피지는 늘 발생한다.

이는 많은 횟수의 실험에 기초한 귀납적인 결론이지만 연역적인 방법으로도 공개된 전략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이유를 도출해 낼 수가 있다. 만약 공개된 수익성 있는 전략이 있다면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신호에 의해 특정 가격에 매수/매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 남들보다 앞서 체결시키기 위해 조금 더 비싼 가격에 매수하거나 더 싼 가격에 매도하게 되고, 이러한 연쇄작용이 생기면 순식간에 수익 스프레드가 줄어들어 결국에는 수익을 내는 사람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거래에 참여하고, 수많은 컴퓨터가 시스템매매를 하며, 다양한 상호작용과 연쇄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시장의 극단적인 효율성은 공개된 전략이 취하는 수익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대중에 공개된 전략 중에 어쩌다가 통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 주가 상승트랜드 합류 : 주식시장이 상승기에 있을 때는 주사위를 굴려 아무 주식이나 매수해도 오를 확률이 더 높다.​

  • 특정 시기에 통하는 전략 : 어쩌다 특정한 기간에만 들어맞는 전략이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무용해 진다.

  • 추종매수로 인한 상승 : 전략에 대한 추종세력이 존재하면 자기성취적 예언이 성립되어 주가는 오른다.

  • 단순한 우연 : 누구나 우연히 벌 수 있다.

 

두 종류의 승리자

과연 우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의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성공하는 투자의 방법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 같이 타고난 직관과 시장분석에 충실한 방법으로 잠재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여 장기투자를 할 수도 있고,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처럼 뛰어난 수학적 재능과 시장의 틈새를 발견해내는 능력으로 시스템매매를 할 수도 있다. 전자는 기본적 방법론의 승자이며, 후자는 기술적 방법론의 승자인 셈이다.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성공사례들이 있지만 장기간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성과를 누적해온 인물들을 예로 들었다.

***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 1932~): 미국의 수학교수이자 헤지펀드 매니저. 그는 카드카운팅 전략을 고안해내어 카지노에서 블랙잭으로 큰돈을 벌었으며, 이후 주식시장에서 수학을 이용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의 전략은 주로 확률이론과 켈리공식(Kelly criterion)에 기반하고 있다.

두 종류의 투자자가 모두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내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버핏은 이미 자신의 투자행위가 순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마켓메이커가 되어 있으며, 소프는 남들이 쉽게 흉내 내기 힘든 수리적 능력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는 사실이다. 즉, 그러한 인물들과 유사한 원칙으로 투자하려고 해도 그들과 유사한 성과를 내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의 가능성에 대해 무조건 비관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우연이 아닌 재능으로 탄생하는 승자는 분명 존재하며, 또 다시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통의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투자의 세계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이 추론하는 자신의 생존확률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작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선택

주식시장은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패배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회의 시장 이면에는 기술, 정보, 선점된 우월성, 공신력 등의 조건을 지닌 내정된 승리자가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만은 다를 것”이라 여기고 일확천금의 망상이 끓어오르는 시장에 몸을 던진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 세 가지 선택이 있다.

먼저, 우리는 시장에 남을 수 있다. 자신의 재능과 성격이 투자에 적합하며, 객관적으로 그것이 최상위에 속한다고 판단되면 시장에 남아도 된다. 그리고 전략이 있다면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과 재능을 과대평가하고, 또 그렇게 보이려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만 한다.

우리는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 만약 스스로의 재능이 위에서 언급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면 당장 투자의 세계를 떠나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맡긴 채 시장에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순간의 운이 당신을 자만과 성취감에 빠지도록 만들 수는 있지만, 결국 그 성취감이 당신에게 몇 배의 고통을 주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은 주식이 아닌 다른 안전한 금융상품을 이용하고 비교적 보수적인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찾아보면 주식보다 더 안전하고, 기회비용은 훨씬 더 작은 상품들이 많다. 그 밖에 금융상품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 또는 공동체구성원 등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가와 상관없이 사람의 지식과 재능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한 복리의 이자를 받는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모습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도 없다. 사람이 죽지 않는 한, 투자한 것은 그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시장이 당신을 위해 움직여주기를 바라지만 시장은 당신을 알지 못한다. 당신의 간절한 희망을 시장에 투영시키는 순간 이미 당신은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합법적인 도박을 즐기고 싶다면 주식시장처럼 괜찮은 곳이 없다. 그러나 돈을 벌려는 목적이 결국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먼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주식시장에 남거나, 떠나거나,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 아마 99%의 사람들에게는 떠나거나, 대안을 찾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그 답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