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16

가수 유승준, 잘못된 신호와 우리 사회

 

유승준에 대한 기억

가수 유승준(Steve Yoo)은 나와 동갑이다. 2002년 그는 미국 영주권을 시민권으로 전환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였다. 유승준은 인기를 누리고 큰돈을 벌 때는 한국인, 군대에 갈 때는 미국인이었다. 그는 당시 나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개인적으로 뚜렷한 인상과 기억을 남겼다. 같은 해 나는 호주 영주권을 버리고 귀국하여 입대를 하였다. 학업을 중단했고, 가족과 헤어졌으며, 입대 후 청신경을 다쳐 평생 이명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군대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2002년 잠시 주의를 환기시켰던 유승준이 작년에 우리나라 재입국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2016년 현재 한국비자 발급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의 이중적 언행과 국방의 의무를 하찮게 여긴 행동 등은 이미 비난받고 있는 부분들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못마땅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의 입국이 초래하는 것

유승준은 그보다 정직하고 헌신적인 젊은이들의 의무이행으로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영화를 누리다 입대 직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미국인이 되었다. 그 과정에 국민과 병무청을 농락하는 거짓말과 위선이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감정적 보복의 차원에서 재입국 여부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의 입국이 우리의 생각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유승준의 재입국이 본인의 희망대로 성사된다면 그 결과를 보고 우리 국민 중 누군가는 공적 의무이행을 가볍게 여길 것이고, 누군가는 무책임한 행동의 보상을 학습할 것이고, 누군가는 거짓말과 이기적인 위선에 대해 무뎌질 것이다. 국민 중 일부의 마음속 일부에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도 그 악영향의 총합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지속적인 잔여물을 남긴다.

불완전한 정보로 인해 불리한 선택을 하는 현상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나는 불합리한 결정으로 사람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주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역신호(adverse signaling)’라 부르고 싶다. 즉 유승준의 입국 허용은 역신호를 발생시키고, 그 역신호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결국은 사회와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신호

사실 유승준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그와 비교도 안 되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우리 주변에서 당당하게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있다.

잘못된 행동이 교정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잘못된 인과를 보면서 학습하고 무의식 중 적응하게 되어 있다. 부정이 교정되지 않는 일이 예사로 여겨질 때 사람들은 이에 무감각해지고, 더 심각하게는 자신도 그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게 된다. 역신호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올바른 교훈이 우습게 여겨지고, 이기심과 파렴치함이 야망과 능력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이미 무감각해진 사람들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미련한 사람들은 저열한 출세자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사심으로 공익을 해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결국 방관되거나 무시되고, 악인이 선량한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이에 기인한 것도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한다.

역신호를 제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제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올바른 인성교육과 공명한 법체계·집행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임에도 제대로 실행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승준의 경우는 국가에서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결정이 정당성을 얻는다.) 자신만 잘 살면 되는 윤리 없는 교육과 유전무죄의 불의한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는 지속되기 어렵고 그처럼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

심각한 폐해를 세상에 남기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는 사회악들이 너무 많다. 사람은 우리가 꿈꾸는 것만큼 모두 다 고귀하지는 않다. 제대로 가르쳐야 하고, 벌 받을 사람은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