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013

발췌주의자의 일기

 

한반도는 남북이 분리되어 있고, 한반도의 절반인 대한민국은 좌파와 우파의 대립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념의 대립은 정치인 외의 국민에게도 강요되고, 상식의 범주를 넘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격렬한 적대심과 증오를 표출하도록 만들고 있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국민의 사고체계가 이등분된 현재의 이념은 사회를 가르고, 지역을 가르고, 세대를 가르고, 동료와 가족까지 갈라놓는다.

사건에 대한 판단과 견해는 진실이 아닌, 진보냐 보수냐 하는 진영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기 진영에 대한 무비판적 옹호와 다른 진영에 대한 왜곡된 적대심을 자연스러운 행동양식으로 삼는다. 정의의 기준이 자신이 선택한 진영 내에만 있다고 믿는 크나큰 착각은 인간을 이념의 부속품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어떤 사람도 처음부터 좌 또는 우의 가치관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개인의 정의관, 사회의 정의기준은 좌우를 초월해야 하며, 진보적 관점과 보수적 관점이 사안에 따라 선택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누가 나에게 진영을 확인하려 할 때, “나는 발췌(拔萃)주의자”라는 말을 하곤 했다. 좌든 우든 상관없이 객관적인 판단으로 옳은 것을 취사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좌’의 인간형은 나를 ‘우’로 보고, ‘우’의 인간형은 나를 ‘좌’로 보아 버리는 부정확한 낙인이 찍히고야 만다.

사람의 판단은 진영이 아닌, 진실과 공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고착된 좌우의 경계를 넘어, 옳은 것과 공정함에 기초한 판단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이념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을 격동하는 지독한 조건반응에서 해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