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연계채권(SIB)에 대한 오해

 

전 세계적으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에 대해 지지하고 이를 사회문제 해결에 도입하고자 하는 곳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SIB는 많은 장점을 지닌 방법론이고 공공사업의 효과와 신뢰를 증진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SIB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는 SIB에 대한 오해들을 해소함으로써 이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한다.

 

오해 1 : 정부의 비용부담이 증가한다

SIB를 도입하게 되면 사업이 성공했을 때에 사업비에 더해서 투자자에게 인센티브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비용부담이 증가한다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정부가 수행하는 공공사업은 100% 성과가 보장되지 않으며, 그간 정부는 성과가 없는 사업에도 예산을 집행해 왔다. SIB를 이용하면 실패하는 사업에는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예산을 절감하게 된다. 과거에는 실패한 정책에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그런 낭비가 사라지는 것이다.

② 만약 사업이 성공하여 정부 입장에서 원금과 인센티브가 지급되더라도 예방되는 행정비용이 사업비보다 크기 때문에 그 때에 이미 정부와 투자자, 사회 모두가 이익을 보게 된다. SIB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예방되는 비용이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③ SIB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게 되면 공공사업의 성과 자체가 향상된다. 투입예산 대비 성과가 향상되고 자원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된다는 의미로서 예산 사용의 효율성이 증가하게 된다. (①~③ : 곽제훈, 「국제개발협력」 2014년 제3호, 한국국제협력단(KOICA))

또한 SIB를 하기 위해 기존 사업보다 복잡한 기획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자원의 소모가 발생하여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획에 소요되는 비용이 예방되는 잠재적 사회비용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다. SIB를 통해 더 큰 가치 창출이 기대됨에도 부가적인 수고 때문에 하지 말자고 이야기 하는 것은 과장된 핑계에 불과하다. 당장 수고스럽고 돈이 들어가니 학교에 가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이익과 더 좋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이해한다면 SIB의 복잡성은 장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해 2 : 복지를 축소시킨다

민간의 투자를 통해 공공사업을 수행하면,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영역이 축소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할 점은 SIB는 모든 사업을 대상으로 수행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SIB는 측정 가능한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하는 사업만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범죄율, 취업률, 교육수준, 발병률 등의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 사업이라면 SIB의 활용이 가능하지만, 이와 같은 객관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은 적합하지 않다. 또한 결과가 자명한 기본적인 복지와 관련된 사업도 SIB로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빈곤층에게 수급비, 치료비, 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등 공여와 시혜가 필요한 영역은 SIB를 활용할 필요가 없다.

또한 SIB를 한다고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실패한 사업에 대한 재무적 위험과 책임만 회피할 뿐이지, 사업의 결정, 원금과 인센티브 지급의 보증, 운영기관의 선정, 평가의 객관성 보장, 성공 시 예산의 지출 등 제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예산이 절감되면 더 많은 공공사업을 할 수도 있고, 성공한 사업으로 인해 사회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혜적인 복지가 필요한 곳에는 곧바로 정부 예산을 지출하면 된다. 반면에 SIB를 통해 자원이 순환되는 복지가 가능하다면 이것도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결국 시혜적 복지와 순환적 복지의 합산은 증가하게 되며, 이는 불완전한 복지를 보완하게 된다.

실제 사례로서 우리나라 SIB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서울시의 경우 애초에 SIB가 아니었다면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경계선지능 아동들에 대한 사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SIB라는 방법론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고 방치되었던 아이들 100여명에 대해 3년 간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회가 생겼다. 이것이 복지의 축소는 아닐 것이다. 수혜자들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건전하고 혁신적인 생각들을 적극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해 3 : 선의 없는 투자자가 이익을 볼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자가 위험을 부담하고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투자자가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에만 받는 위험에 대한 보상은 부당하고, 사업이 실패했을 때 지게 되는 재정적 손실은 당연한 것인가? SIB가 성공한 시점에 이미 정부와 국민은 이익을 본 상태이다. 하물며 재정을 투입하고 위험을 진 투자자는 이익을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은 SIB를 준조세의 방편으로 여기고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의 선의 유무를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2014년 해외에서 진행된 투자자 설문에 의하면 SIB에 투자하는 가장 큰 동기로 ‘사회적 임팩트’를 첫 순위로 꼽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성과보상, 혁신모델, 예방조치, 기대수익, 민관협력이 나온다(Social Impact Bonds in Canada: Investor insights, Deloitte).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좋은 뜻을 가진 투자자가 있다면 SIB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무엇이 문제가 될까? 사업의 목적과 내용만 올바르다면 투자자의 선의 여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질문을 해보자. 사람들은 선의로 세금을 내는가? 선의로 걷힌 세금만 숭고한 복지사업에 지출되는가? 불법적인 돈이 아닌데도 왜 선의의 여부로 돈에 꼬리표를 다는가? 애초에 돈은 가치중립적이고 색깔이 없다. 중요한 것은 돈의 쓰임 자체가 돈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오해 4 : SIB 대신 일반적인 정부지출 사업으로 하면 된다

다소 퇴영적인 주장이다. 정부의 예산이 남아돌거나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무한정 걷어낼 수 있다면 이 말이 옳다. 그리고 SIB의 장점들이 모두 필요 없다고 생각해도 이 말이 옳다. 사업이 실패해도 재정이 남아돈다면 온갖 방법들을 실험하고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성과를 평가하지 않으면 실패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납세자나 정부에게는 예산제약선이 존재하며, 이는 우리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SIB가 도입됨으로써 그간 외면 받았던 사회문제를 전에는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할 기회를 얻는다면 이는 사회적인 유익이다. SIB이기 때문에 정부는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사업을 결정하고, 투자자는 새로운 사회공헌과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SIB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사업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SIB이기 때문에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지고, 민·관협치도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공/복지사업은 민간의 개입 없이 무조건 정부가 단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먼저 증세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와야 한다. 이는 결국 SIB의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주제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담세와 정부지출의 수준이 어떻든 SIB가 지닌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면 이는 그 자체로 유용한 것이다. 단일한 처방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특정한 방법만을 만고의 진리로 여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왜곡하고 사장시키려 하는 것은 편견에 기초한 집단주의에 불과하다. SIB도 한 종류의 처방이고, 적용가능한 분야가 있다. 그리고 이를 적용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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