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14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 4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SIB)

– Ⅳ. SIB의 정체성 및 원칙

이 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2014년 제3호(2014년 8월 발간)에 실린 필자의 원고입니다. 각 장별로 포스팅합니다.


목 차

Ⅰ. 서론

Ⅱ. SIB의 운영구조 및 참여자

Ⅲ. 해외사례

Ⅳ. SIB의 정체성 및 원칙

Ⅴ. SIB에 관한 오해

Ⅵ. 한국의 SIB 도입과 확산을 위한 과제


 

Ⅳ. SIB의 정체성 및 원칙

SIB는 자원 활용 방식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SIB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절차이자 자원 활용 방법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집행의 새로운 방식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이 결합된 새로운 투자상품이며, 수혜자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금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면서 성과가 창출되는 혁신 프로세스인 것이다.

새로운 정책과 방법론이 특정 국가에 도입될 때는 해당 국가의 제도, 정책, 문화 등 특수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 변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SIB라는 새로운 방식도 예외가 아니다. 계약의 형태, 참여기관의 역할, 평가방법 및 시기, 성과 인센티브 지급방식 등 제반 원칙과 절차는 그 나라의 환경에 맞게 조율될 수밖에 없으며, 하나의 통일된 형태의 SIB는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세계적으로 SIB가 초기의 발전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새롭게 응용된 SIB는 더 많이 나올 것이다.1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응용이 가능하더라도 SIB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들이 존재한다. 그 원칙들을 사업, 성과측정, 보상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다.

(1) SIB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은 사전 예방적인 사업으로서 목표한 사회성과가 달성되면 문제가 방치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었던 행정비용 또는 사회비용2이 절감되어야 한다. SIB를 통해 절감 가능한 비용이 SIB 사업비보다 크면 사업이 실패했을 때뿐만 아니라 성공했을 때에도 정부 예산을 절감하게 된다는 명분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SIB를 활용하면 납세자인 국민의 부담과 사회적인 비용을 경감하는 순기능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SIB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도 있다는 것이다. 공여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기본적인 복지사업이나 특별한 아이디어 없이 자금만 투입하면 단일한 성과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SIB로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것들은 일반적인 예산사업이나 사회공헌사업으로 하는 것이 낫다.

(2) SIB 사업에는 반드시 성과측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SIB의 기획자는 계량적이고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선정하고, 합리적인 성과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성과측정을 함으로써 전시행정이나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고, 성과기준에 따른 사업의 성공여부를 판별하고, 사업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평가결과를 통해 향후 더 개선된 사업을 만들어 내거나, 사회문제 해결책의 확산을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성과기준을 정할 때 경기변동, 정책변화 등 외생변수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통제집단을 두어 비교하는 방법, 성과달성 시 절감 가능한 행정비용(또는 사회비용)과 투입되는 사업비와의 비교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산정하여 기준을 정하는 방법,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특정 기준선을 파악하는 방법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3) SIB 성과기준 달성 시 투자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예산과 활용 가능한 경제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SIB를 이용하면 기존에 유입되지 않았던 새로운 민간의 투자재원 또는 사회공헌자금이 들어오게 되고, 이 자금이 선순환되어 보다 다양한 공공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만약 SIB의 투자를 기존과 동일한 사회공헌 자금으로 여겨 투자자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기부사업과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투자와 사회공헌의 경계지대에 존재하던 새로운 재원이 활용되지 못하여 SIB는 올바로 정착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사업 실패 리스크를 투자자가 이전받는 만큼 그에 대해 적절한 이자로 보상해 주는 것은 금융적 관점이나 SIB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합당한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 보상은 절감된 사회비용 중 일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성공 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하는 시점이라면 정부와 투자자는 물론, 납세자이자 수혜자인 국민 모두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 장: Ⅴ​. SIB에 관한 오해​

 


1. 최근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SIB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적용시킨 DIB(Development Impact Bond: 개발성과연계채권)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되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 사회비용을 산출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정부의 행정비용으로서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행정기관과 문제가 방치되었을 때 사후적으로 예산소요가 발생하는 행정기관 등의 비용을 합산할 수 있다. 정부 행정비용의 자료 취득이 불가능하거나, 비시장(non-market)재화로서 비용 산출이 어려운 사회문제의 경우 정밀한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주관적 가치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조건부가치측정법(Contingent Valuation Method: CVM)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비용의 범위를 보다 포괄적으로 확대하면 환경적 영향, 연쇄적인 파급효과, 사회 전체적인 기회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면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사회비용을 산출할 때에는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산출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확실한 것만 포함시켜 비용을 과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