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14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 6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SIB)

– Ⅵ. 한국의 SIB 도입과 확산을 위한 과제

이 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발행하는 「국제개발협력」 2014년 제3호(2014년 8월 발간)에 실린 필자의 원고입니다. 각 장별로 포스팅합니다.


목 차

Ⅰ. 서론

Ⅱ. SIB의 운영구조 및 참여자

Ⅲ. 해외사례

Ⅳ. SIB의 정체성 및 원칙

Ⅴ. SIB에 관한 오해

Ⅵ. 한국의 SIB 도입과 확산을 위한 과제


 

Ⅵ. 한국의 SIB 도입과 확산을 위한 과제

우리나라도 정부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SIB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우리 사회에 SIB를 도입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여러 과제들이 있다. SIB 추진과정 중 부딪치는 현실의 가장 큰 장벽은 기존의 제도와 관행이며,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1. 제도의 개선

우선적으로, SIB 실현이 가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SIB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집행하는 한 방식으로서 현재의 비용이 아닌 미래의 성과에 비용을 집행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일반적인 예산체계는 차기연도 예산을 전년도에 확정한 뒤 비용에 근거하여 집행하는 방식으로서, 복수의 회계연도가 지난 후에 성과측정 결과에 기초하여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사전에 승인하는 예산책정 방식은 법·제도적인 근거가 미약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

(1) 세출예산 반영 근거법 마련 : 먼저, 성과보상 지급연도 세출예산에 반영하도록 법을 정비하는 방안이 있는데, 2014년 3월 제정되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SIB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서울특별시 사회성과 보상사업 운영 조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법령을 통한 세출예산 반영 방안은 예산 체계로서 SIB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명확성이 있다. 그러나 사업 단위로 관련 부서(또는 관련 정부부처)와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예산집행도 그 부서(부처)가 책임지게 되어 전형적인 관료주의가 나타나 사업 추진에 장애로 작용하는 단점이 있다.

(2) 사회성과보상기금 조성 : 다른 방안으로는 정부에서 사회성과 보상을 위한 통합적 기금을 조성하여 기금 운용자가 지급을 보증하고 성과 달성 시 자금을 집행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행정 절차가 세출예산 반영보다 효율적이고 부서(부처) 간 칸막이 행정이나 관료성의 문제가 적게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민간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SIB의 확산이 용이해지며, 무엇보다 단일 부서(부처)의 소관 업무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사회문제 해결도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SIB를 시작하기 위해 정부가 사전에 기금을 조성해야한다는 점이 있다.

2. 관행의 개선

SIB 실현을 위해서는 타성에 젖은 관행과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되기에 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서는 정부, 기업, 비영리영역으로 구분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1) 관료주의 타파 : 높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시키는 관료의 동기부여 체계와 관행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구현되는 데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SIB와 같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사회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 일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성사시키기 어렵다. SIB의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일부터 실제 이를 추진하는 과정 모두 공공영역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전향적으로 취하여 사용되는 재원의 효용 창출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

(2) 기업의 CSR 다변화 : 기업들은 천편일률적인 사회공헌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SIB에 관심을 가지고 기존의 CSR 활동을 보완하여야 한다. 투자와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SIB 투자에 참여하고, 필요하면 내부의 심의규정을 이에 알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기부가 가능한 단체는 뉴욕의 블룸버그재단 사례와 같이 투자자의 원금 일부를 보장해 주어 SIB 투자가 촉진되는 근간을 마련하는 일에 기여할 수도 있다.

(3) 비영리기관의 인식 전환 :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기관도 종종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다. 자신들이 수행하는 사업이 평가되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성과를 평가하면 문제해결 방법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공공사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증진된다. 또한 SIB라는 것이 성과평가를 전제로 새로운 자원이 유입되어 사업이 실현된다는 것과,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업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성과평가를 통해 더 많은 자원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비영리기관들도 성과평가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SIB는 정부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SIB를 이용하면 정부는 실패의 위험 없이 공공사업을 수행하고, 더 많은 사회문제를 예방하게 된다. 기업은 투자와 사회공헌을 연계시키게 되어 자금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공익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운영기관, 사업수행기관, 평가기관도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여 사업에 참여하고 사회발전에 기여한다. 국민은 자신의 세금이 보다 효과적·효율적으로 쓰이는 것을 확인하며 동시에 성과의 수혜자가 된다. 그리고 자원의 선순환으로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자원이 사회발전을 위해 쓰이게 되며, 이는 정부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SIB의 구조 속에서 모든 사람이 수혜자이며 승자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묘안이 작동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보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안다. 해법을 알고, 아는 것을 실천한다면 기대하는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