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14

첫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 서울시의회에서 부결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이 될 수 있었던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 SIB가 2014년 9월 30일 서울시의회에서 부결되었다. 그것도 상임위(보건복지위)에서 이미 통과된 사업안이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부결 건은 몰이해와 편견이 어떻게 정부정책의 향방을 결정짓고,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동공동생활가정이란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보호시설이다. 환경적·정서적인 이유로 기초학습능력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동들의 경우 특별한 개입프로그램이 행해지지 않으면, 시설을 나온 후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생에 걸쳐 커다란 사회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공동생활가정에 거주하는 아이들 중 지능과 학습능력, 사회성지표가 떨어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서적인 치유를 바탕으로, 정상지능과 기초학습능력, 사회성 등을 회복시키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것이 이 SIB의 취지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립능력을 키움으로써,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하고, 잠재적인 사회비용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번 시의회에서 제기된 대표적인 반대논리가 어떻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첫 SIB) 사업을 하느냐는 것이다. 아이들이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과 같다.

1. 해외에서 이미 많은 SIB가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되고 있다. 보호시설에 거주하는 아동, 입양아동, 가정외 보호아동, 특수교육을 받는 저소득층 아동 등 다양한 SIB가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는 SIB를 범죄자를 위한 도구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단지 세계최초의 SIB가 재소자를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만약 서울시에서 범죄자를 위한 SIB를 한다면 누군가는 그건 중앙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반대했을 것이다.

출처 : SOCIAL FINANCE 「THE GLOBAL SOCIAL IMPACT BOND MARKET August 2014」

 

2. SIB는 문제를 해결하였을 때 예방효과가 발생하는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이야말로 사전 개입에 대한 예방효과가 가장 높은 대상이다. 영국도 처음 재소자를 위한 SIB를 했지만 현재는 아동·청소년 대상 SIB를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 아동이 자란 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사회비용을 발생시킨 후에 개입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3. 정량적 평가야말로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만약 사업성과에 따라 정부의 예산지급이 결정되는 SIB가 정성적·주관적 평가만으로 이루어진다면 사업결과의 객관성을 누가 담보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공공사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수행되고, 전시행정에 치중하면서, 정부는 근거 없이 자화자찬했던 것이 사실이다. SIB는 모든 참여자들이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전시행정이 자리 잡을 여지가 없다. 만약 SIB를 통해 독립된 평가기관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다면, 앞으로 공정한 성과보상 제도는 서울시에 도입될 수 없을 것이다.

4. 아동공동생활가정 SIB에서 주요 대상은 경계선지적기능 아동(웩슬러 지능지수 71~84)이다.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정신박약은 지능지수 70이하를 일컫는다. 문제는 경계선지적기능 아동을 방치하면 정신박약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능이란 상대지수이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부족한 경계선지적기능 아동들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 더욱 도태되어 70이하가 되면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아동복지시설 경계선지적기능 아동 중 퇴소 후 수급자로 전락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한다(일반인의 경우 2% 이하). 정부의 행정비용과 사회전체가 안고가야 할 비용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경계선지적기능아동이라면 방치하겠는가? 어떻게 내 자녀의 지능을 평가하느냐고 반대할 것인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지원도 없고, 그렇다고 정상으로 보아 그냥 놔둘 수도 없는 이 아이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소외되어 있다. 낮은 지능 자체가 원인이 되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대한 보장도 없는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정서회복과 기초학습능력 향상을 통해 높이는 일은 아이들과 우리사회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 외에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성공했을 때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하였는데, 이 논리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1.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투자자에게 보상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다. 이미 해외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SIB가 많으며,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SIB가 성과보상사업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다. SIB는 정부의 사업 리스크를 민간의 투자자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구조이다. 급증하는 공공사업 수요에 비해 자금이 부족하고 신사업에 대한 모험을 할 수 없는 정부에게 SIB야말로 정부 예산집행의 새 길을 열어주는 돌파구인 것이다. 정부는 사업성과가 미흡하면 공공사업을 하고서도 예산집행을 하지 않아도 되고, 성과가 좋아 보상액까지 지급하더라도 예방행정 효과로 인해 장기적으로 소요되는 정부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정부는 이득을 보는 것이다. SIB를 통해 이득을 보는 입장에서 사업의 위험을 가져가는 투자자의 참여를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투자자가 없으면 SIB도 없다.

2. 해외 SIB의 투자자에 대한 보상은 서울시보다 월등하게 높다. 영국 피터버러시 SIB는 연 최대 13%, 호주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SIB의 보상률이 연 최대 30%나 된다. 미국 뉴욕시는 민간 재단의 참여로 투자자가 원금을 75%까지 보장받으면서도 연환산수익률이 10.4%나 된다. 리스크에 노출되는 자본 대비 보상률이 연 41.6%나 되는 것이다. 서울시 SIB는 사업이 성공하지 못했을 때 투자자가 원금 전액 손실을 감수해야 하며, 사업이 완전히 성공하더라도 연 최대 보상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기에 SIB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투자자의 관심과 참여를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선입견에 사로잡힌 비판으로 선진국의 뒤꽁무니조차 쫓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정책은 사람과 사회를 살리지만, 그 반대는 사람의 고통을 연장하고 사회를 퇴보시킨다. 언젠가 SIB가 우리 사회에 정착된 후에 이번 부결 사태를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생각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