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산집행 방식을 통한 복지 확대

 

서울시복지재단(www.welfare.seoul.kr)에서 발간하는 「복지이슈 Today」 4월호에 SIB에 대해 기고한 글을 올립니다.


​그간 정부는 공공사업의 결과와 무관하게 수행비용에 세금을 사용해왔다. 정부가 비용을 대주는 예산집행 체계는 사업의 리스크를 납세자인 국민들이 지고, 급증하는 공공·복지사업 수요로 지속적인 정부 예산부족 문제를 겪게 만든다. 최근 복지확대가 우리사회의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동시에 정부의 재정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경계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수 확대라는 처방은 정부의 예산제약선을 높이지만, 이미 주어진 예산에서 더욱 효율적·효과적으로 예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이라는 처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SIB란 민간의 투자로 공공사업을 수행한 뒤 성과목표를 달성하였을 때에만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여 투자자에게 상환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이 때 정부는 성과가 확인된 사업에만 예산을 집행하는 성과 구매자가 된다. 정부의 사업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래 투자라는 행위가 위험을 동반하는 자발적 선택이고,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자금을 활용할 수도 있어 손해 볼 일 없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서울시에서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의 SIB 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하고 있는 SIB 주제로는 아동공동생활가정 보호아동의 자립역량 강화, 노숙인 자립지원, 학교폭력 예방 등이 있다. 아동공동생활가정 SIB의 경우 보호아동의 기초학습능력 향상, 정서회복 등을 통해 그들이 시설을 나온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실업자, 수급자 등으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다. 노숙인 자립지원 SIB는 노숙인들에게 영업시설물을 제공하고 기술교육, 경영컨설팅, 사회성 회복 등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학교폭력 예방 SIB는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등을 예방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발생시키게 될 손실과 사회비용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다.

SIB가 온전히 구현되려면 정부가 미래에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없어 서울시의회에서는 박운기 의원의 발의를 통해 2014년 3월 4일 ‘서울특별시 사회성과 보상사업 운영 조례’를 의결하였다. 이 조례에는 SIB의 개념정의, 계약주체의 역할, 미래 성과에 따른 예산집행의 근거 등이 담겨있다. 이번 조례 제정은 새로운 방식으로 정부 예산집행을 가능하게 한 행정의 혁신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SIB를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의회,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IB 예산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법령 또는 기금이 필요하고, 사회성과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며, 사업 성공 시 투자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긴 안목으로 숲을 보면서 SIB의 반복시행이 결과적으로 정부의 예산과 사회비용을 절감하고, 복지확대와 사회문제 해결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복지사업 전체를 SIB로 대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SIB는 계량적인 지표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사업만이 가능하며, 사업을 통해 잠재적인 사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과측정이 주관적이거나 공여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기본적인 복지사업 등은 SIB 주제로서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SIB의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성과 향상, 자금 선순환 및 재투자가 이루어진다. 장기적으로 사업의 확장과 수혜자의 증가를 꾀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수요가 증가하지만 예산제약으로 인해 과감한 복지확대를 시도하지 못하는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SIB를 도입하는 것이 복지논쟁의 현명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