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22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야기


대학원 입학

나는 긴 망설임 끝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 입학하였다.

입학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과거에 군 입대하려고 대학원을 자퇴한 일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회사 일 때문에 분주하여 대학원 진학은 엄두도 못 내었기 때문이다.

발단은 몇 년 전 환경대학원 김부열 교수님께서 내게 전화를 걸어 대학원에 ‘도시·사회혁신’이라는 전공이 새로 생겼는데 나에게 꼭 입학 지원하면 좋겠다고 알려주신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 바빠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였다.

그로부터 1년 후 교수님이 다시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내게 대학 특강을 요청하면서 입학을 재차 권유하셨다. 나는 전화를 끊고 전공에 대해 살펴보았다. 관심은 갔지만 행여나 업무에 지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했다.

그 후 어느 온라인 자문회의 자리에서 교수님을 다시 만났는데, 회의를 마친 후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대표님, 이번에 대학원 입학 지원 생각해보셨나요?” 나는 아주 짧은 시간 고민하다가 대답하였다. “예, 이번에 지원하려고요.”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고,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 생각을 하였다.

교수님 덕분에 결정을 내렸지만 실상 그 권유가 입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원서류를 성의껏 만들어 제출하여 면접을 보았고, 결국 나는 2021년 9월부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이 되었다.


서울대와 SIB

바빠 죽겠다고 말을 하지만 그래도 대학원에 잘 들어왔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혁신이라는 주제도 괜찮고, 현실의 경험과 학업의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한다면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애초에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개인적으로 매우 친숙한 곳이었다. 왜냐하면 국내 대학 중 SIB 사업 또는 사회성과보상사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교에서 내게 SIB 특강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껏 가장 많은 강의를 한 곳이 바로 서울대 환경대학원이다. 홍종호 교수님을 시작으로 다른 교수님들 수업에서도 특강을 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대학원을 다니는 중에 특강을 하기도 하였다. 어느 교수님은 기말고사에 주관식 SIB 문제를 어렵게 내어 나중에 학생들이 나에게 찾아와 하소연했던 일도 있었다.

또한 회사에서 사회비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을 한 일이 있었는데 홍종호 교수님과 함께 작업을 하여 큰 도움을 받은 일이 있으며, 김부열 교수님의 경우 우리나라 첫 SIB 사업의 최대 투자자였던 법인의 일도 돕고 계신다. 여기가 국내 대학 중에서는 가장 SIB 친화적인 것 같다.


수업에서 보는 희망

나는 회사 일로 학업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워 매학기 두 과목씩만 수강하고 있다. 3년을 다녀야 겨우 졸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내가 수강하는 두 과목의 강의계획서 안에 모두 SIB가 들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수업 때 교수님께서 강의계획을 소개하며 SIB에 대해 언급하신 내용이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회적 금융에는 기초적인 형태부터 발전하는 단계들이 있는데 가장 높은 4단계에 바로 SIB가 있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최첨단의 수단”이라고 설명하신 것이다.

이어지는 학생들의 자기소개 때도 교수님이 나를 많이 띄워주셔서 멋쩍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는 내가 하는 일이 존중받는 것이 기쁨을 준다. 보람을 느끼고, 고마운 생각도 든다.

돌이켜 보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그야말로 완전한 불모지였다. 국내에 SIB 정책 자체가 없을 때 창업을 하고 공무원을 설득하는 일부터 하였다. 이후 상상 못했던 고생을 하고 억울한 일들을 당해도 버텼고, 결국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정책이 알려지고 조금씩 제도화를 이루어 가고 있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삭제된 것 같지만 하늘 아래 좋은 것을 남기게 되어 기쁘게 여기고 있다.

이전에는 직접 내 일에 관한 강의를 했지만 이제는 내가 듣는 수업에서도 내 일을 본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처음 불모지에 서 있었을 때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발전이 있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앞으로도 살면서 다양한 일들을 하겠지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내가 실천한 일들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망상이지만, 실천하면 변화의 기회라도 얻는다. 내가 살아 있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